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은밀한방/내일기

결혼 30년, 나는 언제나 혼자였다

by 천협군사 2025. 12. 15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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결혼 30년이 지났다. 숫자로 보면 긴 세월이고, 말로 하면 한 사람의 인생이다. 하지만 그 시간을 돌아보면 나는 늘 누군가의 ‘아내’였고, ‘며느리’였고, 나 자신으로 온전히 서 본 적은 많지 않았다.

https://youtu.be/LJCRZaSp59A?si=LOvPTGtHrjobKo3f

 

얼마 전, 남편의 누나의 남편, 매형이 돌아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. 일을 하다 말고 바로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. 늘 그랬듯이. 남편 쪽에 일이 생기면 나는 이유를 묻지 않고 달려갔다. 그게 아내의 도리라 믿었고, 그게 가족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.

결혼한 지 30년. 이제 와서 돌아보니 한 가지 사실이 마음을 아프게 한다. 남편은 단 한 번도, 나의 친정에 무슨 일이 있을 때 참석한 적이 없었다.

물론 안다. 남편은 2급 지체장애인이고, 외출과 이동이 쉽지 않다는 것도, 사람 많은 자리가 얼마나 큰 부담인지도 안다. 머리로는 이해한다. 하지만 마음은 늘 이해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다.

친정엄마가 돌아가셨을 때도 나는 혼자였다. 그날, 장례식장 한켠에서 처음으로 결혼을 후회했다.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한 그 마음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한다.

30년을 살고 나니 문득 이런 생각이 든다. 결혼이란 무엇일까. 사랑이란 무엇일까.

나는 누군가의 아내이기 전에 누군가의 딸이었고,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이었다. 하지만 결혼이라는 이름 앞에서 그 사실은 점점 희미해졌다.

사랑은 참 알 수 없다. 때로는 너무 따뜻하고, 때로는 이렇게 잔인하다. 시간이 흐를수록 사랑이라는 말은 더 무거워지고, 그 무게는 온전히 나 혼자 견뎌온 것만 같다.

이 글은 누구를 원망하기 위해 쓰는 글이 아니다. 다만, 나와 비슷한 시간을 살아온 누군가에게 “당신의 삶도 소중하다”라고 조심스럽게 말해주고 싶어서 적는다.

나는 오늘도 영혼을 갈아엎듯 영상을 만들고, 글을 쓴다. 비록 반응은 없을지라도 이 기록들이 언젠가는 나 자신을 위로해 줄 거라 믿으며.

결혼 30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나는 나의 삶을 돌아본다. 그리고 이제는 조금은 나를 위해 살아도 되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묻는다.

사랑은 여전히 어렵지만, 그래도 내 삶만큼은 이제 내가 꼭 안아주고 싶다.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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